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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울산중구

사랑방이 된 백화점 중년을 유혹하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신신, 동아, 미도파

   언제부터인가 울산에서 백화점을 말하면 남구 삼산동의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2곳으로 집약된다. 백화점이라는 말 그대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의 특성상 이 두 곳으로 제한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한 때 백화점을 앞세워 울산 최고의 상권을 장악했던 중구의 경우 백화점 이야기가 나오면 씁쓸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울산에서는 언제부터 백화점이 있어 왔을까?
   중구청이 발간한 지역 향토지 '우리가 사는 중구'에 따르면 60~90년대 중반까지 울산 최대의 상업지역은 옥교동과 성남동이다. 특히 옥교동은 중앙시장을 비롯해 역전시장, 금강시장, 울산시장 등 4개 시장이 운영되고 당시 백화점 6곳이 성황을 이루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이들 6곳의 백화점 중 아직 3곳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바로 '신신백화점'(1층 점포수 28개)과 '미도파백화점'(점포수 1층 26개), '신동아백화점'(이하동아백화점 1층 점포수 36개)이다.
  울산에서 처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갖춘 현대식 시설의 주리원 백화점이 문을 연 때가 1984년이고 이들 백화점은 70년대 문을 열고 20년 넘게 울산의 상권을 주도했다.


90년대 말까지도 발 디딜 틈 없어 각종 국내 의류 브랜드 늘면서 쇠퇴
   현재 40대 중반을 넘긴 주민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매일같이 이들 백화점을 들락거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은 흥망성쇠를 비켜가지 못했다.
   이들 백화점이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요인은 로드 숍의 대거 등장 때문이다.
   80년대부터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국산 의류브랜드들이 옥교동과 성남동에서 소위 '대리점'영업을 하면서부터다. 그리고 1984년 현대식 시설을 갖춘 '주리원 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이들 3곳의 백화점과 차별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리원 백화점이 현대백화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90년대 후반까지도 이들 3곳은 나름대로 상권을 유지했다.

단골이 생명이다! 50대부터 중넌 부인들 사랑방
   3곳의 백화점에서 다루는 품목은 부인복과 잡화에 불과하다. 벌이도 옛날만큼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재래시장의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이들 백화점은 한 마디로 '단골'장사를 하고 있다. 단골은 50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라도 해도 무방하다. 다만 단골의 개념은 현대식 백화점과 그 차이가 있다. 이들 단골들은 점포 주인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다보니 쇼핑하러 왔다가 집안 이야기, 식구이야기 등 늘어놓고 그러다가 끼니때가 되어 주인과 점심, 저녁 같이 먹고 놀다간다. 이렇다보니 이곳에서는 울산 사람들의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주인들 또한 단골들의 이러한 모습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장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품질 좋은 숙녀복 인기 대부분 동대문, 남대문 국내 제작 의류
   품목은 숙녀복이 대부분이지만 고객들의 호응만큼은 삼산동의 백화점보다 낫다. 마음 편한 쇼핑에다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이 세련되고 품질 좋은 옷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만큼은 대부분 동대문, 남대문에서 제작되는 국내 제작 의류만을 취급하다보니 까다로운 중년부인들의 눈길도 사로잡는다.50대를 훌쩍 넘긴 중년 남녀들은 이곳에서 향수를 느낀다고 한다. 곰장어 골목, 통닭 냄새와 노점상들로 붐비면서도 이곳 백화점에서 약속을 하고 극장을 쏘다니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어서다.
   신신백화점이 가장 오래됐고(신신백화점 번영회에 따르면 등기상 1979년 2월부터) 다음은 동아백화점 (등기상 79년 4월)인데 동아백화점 내 '귀빈'과 '새샘바지'의 경우 80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최고 오래된 점포로 소개되고 있다. 오늘도 중년 부인들의 나들이는 중구의 백화점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