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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울산중구

울산의 패션 1번지 성남동

전설은 살아있다
울산의 패션 1번지 성남동

30~40년 된 양복점들 중구의 명물로
블로그, 휴대폰 문자로 고객 모시기. 변화 모색

 <프롤로그>
   산업수도 울산의 모태이자 지역 문화 중심지로 중구는 옛 울산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곳이다. 중구의 매력은 오래된 문화와 느리지만 첨단 문화가 ‘공존’하는 데 있다. 공감&중구는 이런한 중구만의 특성을 찾아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직장 후배가 나와 똑 같은 양복정장을 입고 출근하는데 여직원이 옷이 똑같다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남들의 시선도 함께 쏠렸다. 민망했다. 그런데 그 후배의 말은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1년 전 백화점에서 50만원이라는 큰 돈을 주고 구입한 정장인데 이 후배는 최근 할인판매점에서 15만원에 구입했다고 한 것이다.
   정장이 아니더라도 기성복을 구입해서 입고 다녀본 사람이면 한번씩은 겪어 볼만한 일이다. 물론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개성이 중시되는 요즘사회에서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생각되면 중구 성남동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울산의 남성 패션 1번지 성남동
   1970년~1990년까지 울산의 패션 1번지는 단연코 지금의 중구 성남동이었다. 당시 울산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거나 직장생활을 했다면 아마 '기지바지'를 맞추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성남동 양복점에 가봤을 것이다. 지금도 당시 양복점 몇몇이 그대로 남아 기성복에 질려 있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1976년 개업해 34년째 문을 열고 있는 '1번가 양복점'을 찾았다. 이양복점은 최근 홍성재(64·디자이너)대표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양복점을 홍보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번가 양복점이 개업 후 현재의 시계탑 근처로 옮긴 것은 1979년의 일이다. 1번가 양복점의 이름은 당시 부산 서면의 '1번가 양복점'의 사장이었던 고 고정표 회장(양복협회)이 울산에 1번가 양복점 지점을 낼 때 이를 인수, 현재까지 상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모모양복점의 '모모'는 한자어인 털 모(毛)
   1번가 양복점 외에도 모모양복, 서울양복, 갑부라사, 디오라사, 최병원테일러, 김도영양복점, 국정사, 우일양복, 이상현양복점, 경일사 등 성남동 지역에는 아직까지 10곳의 양복점이 30~4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맞춤정장의 멋을 지키고 있다. 모모양복점(대표 박종식)은 그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1970년 박종식 대표가 사업자 등록 후 4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인 'S모'는 한자어인 털 모(毛)를 나란히 쓴 것으로 별다른 뜻은 없고 개업 당시 복지 도매상의 이름인 '모모상사'의 이름을 따라 상호를 붙였다고 한다.

극장 광고에서 시내버스 광고까지 경쟁
   홍 대표에 따르면 70~80년 대 울산 성남동의 양복점들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당시 맞춤복의 점유율은 60%인데 반해 기성복은 40%대였는데, 울산의 정치인, 사업가, 고위직 공무원, 재력가들은 물론 일반서민에서부터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남성들이 늘 양복점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홍 대표는 "그 때 울산의 극장광고를 양복점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시내버스 좌석광고에 이르기까지 양복점들의 광고경쟁도 치열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성복에 자리를 내주면서 맞춤복의 점유율은 고작 5%고 기성복은 95%로 완전 역전이 된 상황이다.

울산의 5%는 최고급 원단으로 고품격 정장맞춤
   하지만 5%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 홍 대표의 이야기다. 다들 기성복을 사서 입는 데 치중한다고 하지만 울산의 저명인사와 꽤나 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맞춤양복을 선호하고 있어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복점에서 취급하는 원단의 가격은 제일모직 고급원단을 기준으로 1마(1야드·폭 110㎝, 길이 90㎝)가 30~50만대 이른다.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저급원단을 사용하는 기성복과 달리 매우 고급스런 원단으로 옷을 맞춤함으로써 스스로를 차별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성복에 질린 사람들 숨통 트여
   그렇다고 맞춤복은 부자들만 찾는 게 아니다. 개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바지나 셔츠도 맞추고, 해외에서 본 눈여겨 본 정장을 사진에 담아오면 이 역시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비만 등으로 작은 치수의 기성복을 입을 수 없는 사람들도 특대형 정장을 맞춤하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홍 대표는 "모든 사람의 신체와 취향이 똑같지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약 20%는 기성복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기성복에 질린 사람들이 개성을 살린 맞춤복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