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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울산중구

병영막창골목 전설의 손칼국수

■ 무엇보다 손님 배부르게 하자
■ 육수의 비밀 손님마다 초관심

   병영막창골목의 인기가 계속해 상승 중이다. 일부 맛을 찾아 다니는 순례자들에게는 반드시 맛을 봐야 할 '성지'로 추앙받고 있다.
   막창하면 대구인데 왜 울산시민들은 원조격인 대구를 놔두고 이곳 막창골목을 최고라고 자부할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손칼국수 때문이다.
   대구지역 막창과 가장 큰 차이인 이 손칼국수는 막창을 먹고 후식으로 제공되는데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살아있는 전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설이 되기까지는 영웅의 탄생 신화처럼 많은 시련이 있었다. 손칼국수를 처음 제공해 지금은 원조가 된 대구막창 대표인 권은자(51) 여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설이 되기까지
   손칼국수의 목적은 순수했다. "손님 배부르게 할 수 있게 하자."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막창집에서 손칼국수를 제공하겠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권 여사는 14년 전병영의 이곳 골목에서 막창집을 개업했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손님이 뜸했다. 그러다보니 하루매출이 3만원이 안될 때도 많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낮에는 다른 일도 하고 김을 구워 행상을 하기도 했다. 막창집은 저녁에만 운영했다. 구운 김이 꽤나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막창집에 대한 애착은 버리지 못하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권 여사는"어떻게 하면 막창집에 손님을 불러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병영 복개천 포장마차에서 술꾼들이 짬뽕을 즐겨먹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짬뽕은 술꾼들이 집에 들어가기 전 꺼진 배도 채울 겸 해장도 하기 위해서였다. 권 여사는 이에 막창 구이를 다 먹고 난 뒤 손님들에게도 뭔가 배부를 수 있는 것을 대접하면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고 첫 시도로 감자탕을 제공했다. 하지만 반응이 시원하지 않았다. 이어 떡국, 오뎅탕도 제공해 보았지만 역시 반응은 밋밋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던 중 문뜩 어릴 때 어머니가집에서 끓여주시던 칼국수가 떠올랐다. 칼국수만큼은 자신 있게 맛을 낼 수 있었고 충분히 짬뽕의 대안이 되겠다고 생각이 됐다. 다음날 손님상에 조심스럽게 칼국수를 내 놓았다. 손님들은 생뚱맞은 칼국수를 보고 어리둥절했지만 맛을 보더니 이내 한 그릇 뚝딱 비워냈다. 이후 손칼국수의 입소문은 무서운 불길처럼 병영 일대로 번져나갔다.

육수는 고기도, 멸치도 아니다
   배가 불러 막창은 못 먹어도 칼국수 맛은 꼭 보고 가는 손님이 많다. 이러한 손님들의 공통된 생각은 "도대체 육수에 무엇을 넣었을까"다. 손으로 국수 미는 모습은 공개돼 있지만 육수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 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히 손님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최고의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원조 대구막창을 있게 하고 울산 최고의 먹거리 골목인 병영막창골목을 형성한 손칼국수의 최대 비밀인 육수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갈까? 애석하게도 권은자 여사에게 이리저리 매달리며 아무리 물어보았지만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잔꾀를 내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고 그나마 중요한 정보는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고기 등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또한 멸치도 육수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름 멸치를 사용했을 것이라 추측했지만 시원하게 빗나갔다.
   권 여사에 따르면 손칼국수 육수를 만드는 데는 이 두 가지를 빼고 10여 가지 다양한 자연 재료들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생활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이용해 육수를 뽑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밀가루는 일반 시중에 파는 Q모 밀가루를 사용하는 데 주변 막창집들도 같은 밀가루를 쓰고 있다.
   가을 들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손님들이 늘고 있다. 막창구이와 손칼국수 생각난다면 조금 더 서둘러 막창골목을 가보자.